23년도 6월 내가 처음으로 이직을 했을 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인드로 살았다. 전회사에서 들은 피드백이 너무 쓰렸다. 할 말이 정말 많았는데, 굳이 하지 않았다. 그 중에 3, 40% 정도는 맞는 이야기였으니까.
나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임했다. 남들은 '도대체 이런 거는 왜 하는거냐?'라고 따질 때, 나는 그 업무를 내것으로 여기고 얻을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챙겨나갔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켜도 굳이 군말하지 않았다. 내부에 해당 기술을 써본 사람이 없었고 누군가는 배워서 만들어야 했으니까. 이게 내 이력서에 경력이 섞여있는 이유이다.
당시의 나는 바꾸고 싶은 것이 많았다. 회사 내부에는 누가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들이 많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부분에서 ~하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때는 세상을 잘 몰라서 '꼰대들은 의견을 내는 것을 싫어한다'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그저 나는 워낙 수동적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은 탓에, 행동을 바꾸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 회사에 입사했을 때,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변에서 참 힘들게 했다. 앱 개발자로 채용을 해놓고는 앱 개발 프로젝트가 없었다. 사실 내가 억까를 당한 상황이었는데 '경력자가 일도 하지 않고 회사에서 웹 개발 공부만 하고 있다'라는 인식이 생겨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사회성 떨어지는 직원A는 조금만 자기 기준에서 잘하는 듯 싶으면 시비털지, 팀장이라는 사람도 '신병 들어왔다'라는 인식으로 나를 대하지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그 사람들을 탓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웹 개발을 전혀 공부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집과 회사를 왕복하며 개발만 6개월했던 기억이 난다. 밥 챙겨먹기도 귀찮아서 대충먹고 공부만 했는데 한 3, 4kg 정도가 빠졌었다. 반면에 개발 실력은 단기간에 일취월장을 했는데, 당시에 만들었던 포트폴리오가 WebRTC와 블록체인 쪽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 정도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못할 줄 알았다. 근데 시간을 갈아넣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들게 되더라. 이후부터는 내가 정말 폐급 수준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 정도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만든 내 입장에서, 너네들이 함부로 나를 다룰 정도는 아니다 - 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친구가 시비를 털어도, 회사 어르신들이 꼬장을 펴도 타격감이 그닥 없었다. 왜냐하면나도 같이 꼬장피고 깽판을 쳤으니까.. (이 사람들은 강약약강이라 꼬장을 피면 오히려 잘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 이후에 개발에 미치지는 않았지만 독서에 미쳐있었다. 전 회사 대표가 하는 행동이 사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이상해 보였다. 그 사람의 심리는 무엇이고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고 싶었다. 내가 판단하건데 그 회사에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강했으리라 생각한다. 당시에 나는 이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는 글만 3~40개 정도를 작성했는데(가끔 욕도 엄청 적혀있음),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대표를 할 정도의 그릇이 없어보이는 사람이 어떻게든 회사를 운영하고자 발악하는 모양새에 가까웠달까.
그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회사의 대표님을 만나서 입사제의도 받고, 이제 슬슬 인정을 받는가 했는데... 여전히 세상은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당시에는 경험이 부족해서 내 가치를 제대로 몰랐던 것도 있었고, 그 대표님은 나를 제대로 몰랐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시점에 '나는 절대로 누군가 나를 함부로 하게 두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했었는데, 불과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다.
그때 당시에 생긴 트라우마가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꽤나 강렬했다. 이후에 그 회사를 입사하지 않고 내리 몇 달을 쉬고 있었던 이유는 '그냥 쉬고 싶었다'에 가까운 것 같다. 일반적인 난이도의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것도 아니었고(나는 입퇴사자 비율이 200% 정도인 곳이 일반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신뢰했던 분이 나를 함부로 대했다는 인식때문에 울컥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렇게까지 무시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 가치를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그분이 나를 무시한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경험 부족이었다.
그때 당시에 제안받았던 연봉이 3800이었다. 10달 후에 직장을 구한 시점에도 약간 더 나은 처우를 제안받았다. 결국 돌고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백수로 있는 동안 공부를 빡세게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뭐... 달라질 것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구직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나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이에 비해서 경험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한참 짬이 찬 사람들과 비교하면 경험이 적고 어리다. 매번 실수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짙다.
인생이 참 편하게 흘러가질 않는 것 같다. 어설픈 마인드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보복인지, 아니면 그냥 아직은 때가 아니라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것은 '지금의 내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나는 산업기능요원이 끝나면, 내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 생각보다 대우가 좋지는 않았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만큼까지 시간을 갈아넣고 공부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냥.. 적당히 한 사람인데,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2달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 지금도 계속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아직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하고 있다. 지금의 수준에서는 열등감을 계속 느끼는 것 같다.
인생이 바뀌는 시점에서는 '분노' '열등감'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자신의 수준에 분노하고 열등감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줄여서 만족도를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근데 나는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아직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자기합리화를 거쳐서 그냥 만족하라고..? 나는 그 정도로 욕심이 적은 사람이 아니다. (지난 2년간 개발에만 미치진 않았다만, 책과 독서에 시간을 갈아넣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
아직 세상이 내가 원하는 수준의 대우를 주지 않는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얻고 싶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괜찮다'라고 말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을 갈아넣고 공부하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인생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텐데, 겨우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면서 사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 정도 수준을 원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요즘은 '짜증난다'라는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 내 기준에서 바라는 결과값이 있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난다. 세상이 아직 따듯한 대우를 해줄 정도의 사람이 아니었는데, 스스로 착각하고 살아온 것도 짜증나고... 왜 그렇게 개발에 시간을 갈아넣지 않았는지도 짜증나고...
나는 사람이 '만족하지 않을 때' '열등감으로 가득할 때' 발전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열등감을 열정으로 변화시킬 때' 엄청난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런 시기에는 '적당한 수준으로 살겠다는 사람'만 봐도 짜증난다. 나랑 그냥 결이 다르려니 생각하지만, 같이 일하고 싶진 않은 그런 느낌이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때는 주변사람의 기대치를 잘 몰랐다. 지금 시점에서는 꽤나 미안하게 생각한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열등감을 열정으로 태워내고 공부에 미치면 된다. 솔직히 회사 다니면서 3~4시간 짬내서 공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백수 생활하면서 스스로 모든 시간을 컨트롤하는 난이도와 비교하면 쉬운 편이다. 실력에 비해 주제넘는 짓거리만 안 하면 된다. 퍼질러 노는 것은 적당히 하고... 꾸준히 개발에 갈아넣고... 그거면 된다. 정말 그거 하나면 어지간한 문제는 다 해결된다...
인생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공부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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