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시장이 많이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회사는 구인난에 시달린다고 하고, 구직자들은 취업이 안 된다고 울상이다. 회사와 구직자간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이유는, 결국 시장에 나온 개발자들이 '회사의 수요'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이 좋을 때는 국비지원 교육 4~6개월 받고도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 공부로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4년 배우고도 코딩 안 되서 학원 오는 사람이 많은 판에 4개월 가지고 뭘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려먹었을지도.. 정부가 '개발자'라는 직종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돈을 뿌려댄 것도 명확한 이유이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개발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개발자이다. 몇 개월 공부해서 현업에 오고 싶어하는 개발자들은 받아주지 않는다. 일부는 운 좋게 들어가더라도 솔직히 좋은 환경이 아닐 것이다.
나는 3년의 경력을 산업기능요원 신분으로 일했던 터라, 사실 시장에 대해 잘 몰랐다. 특수한 시장 내에서만 이직을 경험한 것도 있고 애초에 돈을 적게 받는 것은 기본이었다. 3년 동안 신입연봉 받고 일했던 상황이라 그 기간만 끝나면 정상적인 연봉을 받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번에 구직을 하면서 내 실력이 시장에서 따듯하게 받아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개발자 경력 3년이면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체감한다. 애초에 개발판에 들어온 순간부터 '경력과는 상관없이 잘하는 사람'으로 포지션을 잡고 빡세게 공부했어야 했다. 좋은 회사를 다녔던 것도 아니고 솔직히 가스라이팅도 많이 당해서, 멘탈잡고 빡세게 공부하지 않았다. 멘탈도 실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 맞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더라도 그냥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개발 실력을 키웠어야 했다.
다행인 점은 사실 구직을 하면서 자신감이 더 생기고 있다. 서류 합격률이 낮긴 하지만 면접에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내가 상대적으로 어리고 생각보다 신기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이뤄낸 성취나 마인드를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솔직히 이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어린 사람' '뭔가 잘 모르는 사람' 이라는 인식을 받는 것이 너무 일반적인 상황이었는지라... 너무 체감이 잘 된달까... (원래 이게 정상이긴 한데... ㅋㅋ)
나는 시장에서 아직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다. 안정적으로 연봉 5천 이상을 뽑아낼 수준까지 도달하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내 수준으로도 가성비있는 개발자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적어도 몇 개월간 빡세게 웹 개발 중심으로 실력을 채우거나... 연봉 5천 이상 급은 아니어도 괜찮은 가성비 인력을 찾는 회사에 들어가거나... 솔직히 회사를 못 들어갈 정도로 개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도 생각보다 높게 불렀거나, 좋은 후보자가 있어서 - 라고 생각하지 마냥 개발 실력이 없다고 느끼진 않았다.
꾸준히 공부하면서 계속 구직을 하다보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서 계속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 어차피 취업하고서도 개발에 갈아넣을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실력이 쌓이지 않는 것은 현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서 회사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마인드는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공부한다' - 이 정도면 충분하다.
꾸준히 공부하면서 새로운 회사 공고가 나오면 지원하고 반복해보자. 하다보면 기회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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